재산명시는 채무자로 하여금 자신의 재산목록을 스스로 작성, 제출하게 하는 제도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채무자의 재산이 뭐가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민간인인 채권자가 직접 채무자의 전산기록을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채무자로 하여금 스스로 밝히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실효성은 없다. 돈 주기 싫어서 있는 재산도 숨겨 가며 버팅기고 있는 채무자가, “채권자님 여기에 집행하시면 됩니다.”라며 순순히 자기 재산목록을 제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도둑질 당하기 싫어서 외출시마다 현관문을 잠그고 다니는 집주인이, “도둑님 이걸로 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라며 문고리 앞에 열쇠를 매달아 놓을 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명시를 신청하는 이유는 나중에 재산조회를 하기 위해서다. 채권자는 ‘재산조회’라는 민사집행법상의 절차를 통해 채무자가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전산으로 조회할 수 있는데 재산조회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재산명시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론 재산명시신청이 들어오면 채무자는 재산을 다 빼돌려 놓을 것이므로 그 후에 이루어지는 재산조회도 실효성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나, 지금 실효성이 없다고 5년 10년 뒤에도 실효성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10년 후에는 채무자가 ‘실수로’ 본인 명의로 재산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 때 가서 채무자 몰래 재산조회를 하려면 지금 미리 재산명시를 신청해 놓아야 한다.

신청비용: 채무자에게 청구 가능한가?

재산명시를 신청하기 위한 비용은 5만원 정도 든다. 운이 좋으면 이 중 3만원 정도는 법원에서 돌려받을 수도 있다.

법원에서 돌려받지 못한 실 소요금액을 나중에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청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법원실무제요에 의하면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그 절차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다른 강제집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산명시는 그 자체로 강제집행절차이므로 이 절차에 들어간 비용은 그 자체로 당연히 집행비용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청요건

1.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이 확정됐어야 한다. 따라서 확정증명이 필수 제출서류다. 다만 이행권고결정, 지급명령, 배상명령 등 집행권원 자체에 확정일자가 기재돼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확정증명은 필요하지 않다. 확정증명은 집행권원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전자소송 홈페이지 제증명 메뉴에서 발급 가능하다. 모두의 프린터로 PDF 파일 형태로 발급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집행개시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즉, 집행권원에 채무자 인적사항이 표시됐어야 하고, 집행권원이 채무자에게 송달됐어야 하며, 집행문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송달증명 및 집행문이 필수 제출서류다. 다만 이행권고결정, 지급명령, 배상명령 등 집행권원 자체에 송달일자 및 집행문언이 기재돼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송달증명 및 집행문은 필요하지 않다. 송달증명 및 집행문은 집행권원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전자소송 홈페이지 제증명 메뉴에서 발급 가능하다.

3. 채무자의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어야 한다. 채무자의 재산 중 일부를 쉽게 찾을 수 있더라도, 그것이 채권자의 채권액을 모두 만족시키기에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

4. 채무자가 소송능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소송무능력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있어야 한다. 이 요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으로 만족된다.

5.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있는 이유는 아마 이 요건이 만족됐기 때문일 것이다.

신청방법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관공서 홈페이지답게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잔뜩 깔아야만 이용 가능하다. 이런 보안프로그램들은 컴퓨터 속도를 느려지게 하고 보안성을 떨어뜨리므로, 되도록이면 메인으로 쓰는 윈도우에 설치하지 말고 가상머신이나 듀얼부팅을 이용해서 설치하기를 권한다.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서류제출 → 민사집행서류 → 재산명시/감치 → 재산명시신청서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양식이 나온다.

청구금액. ‘원금’ 또는 ‘원금+이자’를 선택해서 쓸 수 있는데, 뭘 쓰든 법적 효과는 별 차이 없으니 간편하게 원금만 쓰는 것을 추천한다. 채무자에게서 일부변제를 받은 경우 남은 원금 계산법은 별도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집행권원내용. 디폴트 문구를 적당히 변형해서 집행권원 및 불이행 금전채무액을 적어 준다. 불이행 금전채무액은 위 청구금액과 똑같은 액수로 적으면 된다.

제출법원.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을 관할하는 법원을 선택한다. 여기서 ‘보통재판적을 관할하는 법원’이란 재산명시 신청일 현재 채무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을 의미하며, 실제로 채무자가 그 주민등록상 주소에 살고 있는지는 따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채무자의 초본을 떼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채무자가 거주불명 등록이 돼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의 실거주지를 안다면 그곳 관할법원을, 모른다면 거주불명 등록 전 마지막 주민등록상 주소 관할법원을 고르면 될 듯하다.

당사자목록. 빈칸을 적절히 채우면 된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 ‘주소’란에는 주민등록상 주소를 적고 ‘송달장소’란에는 실제 거주지 주소를 적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채무자의 실거주지를 모른다면 송달장소는 적지 않고 주소만 주민등록상 주소로 적어서 제출하면 될 듯하다.

집행권원목록. 집행권원 정본을 스캔해서 PDF파일로 만들어 준비한다. 여기서 ‘정본’이란 원본의 전부를 복사하고 정본임을 인증한 서면으로서 원본에 대신하여 원본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문서 자체에 어딘가 ‘정본’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으면 정본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본이라고 보면 된다. 집행권원 정본은 몇몇 예외가 있긴 하나 대체로 인터넷으로 발급 가능하며, 이 때 모두의 프린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PDF 파일 형태로 발급받을 수도 있다.

종이 문서로 발급받은 정본을 휴대폰으로 스캔해야 하는 경우에는, 민감한 법원 문서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구글 등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에 의해 분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글 드라이브와 연동된 구글 앱으로 스캔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와 연동된 Office Lens로 스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대신 아이폰에서는 기본 노트Notes 앱에 문서 스캔 기능이 내장돼 있으므로 그걸로 스캔하는 게 좋고, 안드로이드에서는 오픈소스인 Open Note Scanner라는 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휴대폰으로 스캔한 문서를 컴퓨터로 이동시킬 땐 절대로 이메일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클라우드, PC카톡, 텔레그램도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좋은 파일 이동수단은 보안 메신저의 gold standard인 시그널Signal 메신저다.

스캐너 앱 없이 그냥 사진으로 찍어서 개개의 이미지파일들을 하나의 PDF파일로 합쳐야 하는 경우에는, 전자소송 홈페이지의 프로그램 다운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ezPDF Workboard 2.0’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ezPDF Workboard는 오픈소스가 아니어서 설치 자체가 보안상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메인 OS에는 설치하지 말고 전자소송에 사용하는 가상머신 또는 듀얼부팅 윈도우에만 설치할 것을 권한다.

집행문을 필요로 하는 종류의 집행권원인 경우, 집행권원 스캔하면서 맨 뒤에 붙어 있는 집행문까지 한꺼번에 스캔해서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 여기에 첨부하면 될 것이다.

신청취지. 디폴트 문구 그대로 사용한다.

신청이유. 디폴트 문구 그대로 사용한다.

소명서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것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

첨부서류. 송달증명·확정증명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 여기에 첨부하면 된다. 또한 채무자의 초본도 발급받아 제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무자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닌 다른 곳을 송달장소로 지정한 경우, 채무자가 그곳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첨부해서 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청 후 진행과정

재산명시신청이 이유 있으면 법원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재산명시결정을 한다. 이 때까지 대략 한 달 정도 소요된다.

법원은 결정서를 채권자 및 채무자에게 송달한다. 재산명시사건에서는 채무자에 대한 송달이 필수이며, 채무자가 집에 있으면서도 우체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채무자의 송달 회피로 인해 결정서가 송달되지 않으면 이미 나온 재산명시명령은 취소되고,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은 각하된다. 재산명시명령이 취소되므로 채무자는 재산명시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감치 같은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다. 이 경우 채권자는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

결정서가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법원은 재산명시기일을 정하고, 채권자에게는 재산명시기일통지서를 송달하고, 채무자에게는 재산명시기일출석요구서재산목록 양식 기재요령을 송달한다. 이 때까지 다시 2~4주 정도 소요된다.

재산명시기일은 채무자에게 출석요구서가 송달된 때로부터 대략 1개월 후로 잡힌다. 이렇게 시간을 길게 두는 이유는, 채무자가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빠짐없이 조사해서 재산목록을 꼼꼼히 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제요 338면). 이 때문에 채무자는 나중에 재산목록에서 빠진 게 발견됐을 때 ‘시간 없어서 대충 쓰느라 실수로 빼먹었다’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된다.

재산명시기일에 채권자는 출석할 필요가 없으며, 현장에서 채무자를 만나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출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반면 채무자는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출석한 채무자는 선서서에 의해 선서하고 재산목록을 제출하며, 이것으로 재산명시절차는 종결된다.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은 전자소송으로 볼 수 있다. 이 재산목록은 재산명시를 신청한 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도 열람·복사할 수 있으나, 아직 다른 채권자들은 전자소송으로 열람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명시기일에 출석한 채무자가 3월 이내에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음을 소명한 때에는 법원은 그 기일을 3월의 범위 내에서 연기할 수 있고, 채무자가 새 기일에 채무액(채무의 원본뿐만 아니라 이자와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을 포함한다)의 2/3 이상을 변제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한 때에는 다시 1월의 범위 내에서 기일을 연기할 수 있다. 기일의 연기는 법원의 재량이다.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불출석한 경우에도 그것으로 재산명시절차가 종결되며, 새 기일이 열리지 않는다. 이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즉석에서 감치재판절차를 개시한다. ‘나의 사건검색’에서 관련사건 목록에 ‘정명’이라는 사건번호가 뜨면 그게 감치재판절차다. 감치재판절차에서 법원은 감치재판기일을 잡아 채무자를 심문하고, 그에 따라 불처벌결정을 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결정을 한다. 감치재판기일에도 채무자가 불출석하면 최장기간인 20일의 감치결정이 나올 수 있으며 실제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감치결정이 나오면 법원은 감치결정·집행명령·집행장을 경찰서로 보내 경찰로 하여금 감치를 집행하게 한다. 감치란 채무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을 말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감치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채무자가 감치를 피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집에 가만히만 있었는데 경찰이 채무자 집에 한 번도 찾아간 적 없이 ‘저절로’ 감치가 불능이 되기도 하고,** 채무자가 집에 있을 때 경찰이 찾아갔는데 채무자가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치가 불능이 되기도 하며,* 감치를 하러 온 경찰관이 채무자를 만나서 채무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의미에서 감치를 안 하고 그냥 돌아감으로써 감치가 불능이 되기도 한다.* 만약 채무자를 꼭 감치시키고 싶다면 직접 해당 경찰서에 전화해서 감치 진행상황을 수시로 챙기는 것이 좋다.

채무자가 타 지역으로 이사가는 경우에는 감치집행이 불가능하다. 채무자가 어디 사는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집행명령을 받은 경찰서의 관할구역 밖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므로, 채무자가 이사가면서 전입신고를 성실히 하더라도 감치집행이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에는 경찰서에 전화해서 챙겨 봐야 소용이 없다. 법의 맹점이라 하겠다.

감치결정의 유효기간은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에 관한 규칙」 21조 5항에 의해 3개월로 정해져 있으며, 유효기간이 지났을 때 법원이 재차 감치명령을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채무자는 3개월 동안만 친구, 친척, 부모님 집에 피신해 있으면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감치가 이루어진 후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겠다고 말하면 법원은 바로 명시기일을 열어야 하고, 이 때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바로 석방된다(민사집행법 68조).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성실하게 명시기일에 출석해서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재산목록을 작성만 해 놓고 몸에 지니고 있다가 명시기일에는 불출석하고, ‘나의 사건검색’을 통해 인터넷으로 본인에 대한 감치재판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다가, 감치결정이 나오면 그 때부터 3개월 동안 감치집행을 회피하고, 만약 중간에 실수로 감치가 돼 버리면 그 때 곧바로 재산목록을 제출함으로써 석방되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물론 채무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애초에 재산명시명령 자체를 송달받지 않는 것이다.

채무자가 거짓 재산목록을 제출한 경우 채권자의 대응방법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출석해서 재산목록을 제출했다면 그 재산목록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으로만 점철돼 있다는 의미에서의 허위가 아니라, 채무자가 가진 전체 재산 중 일부를 누락했다는 의미에서의 허위다.

이 때 만약 채무자의 재산목록이 허위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민간인이라서 확실한 물증을 수집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정황상 경찰이 조금만 조사하면 바로 허위로 드러날 것 같다는 강력한 심증을 갖고 있고 그 심증을 수사기관에도 설득시킬 수 있다면, 채무자를 민사집행법위반죄로 고발할 수 있다. (※채권자는 민사집행법위반죄의 피해자가 아니므로 고소가 아닌 고발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옳다고 한다.)

물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재산조회’를 이용해서 확보하는 것 같다. 재산조회는 채무자가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채권자가 전산상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로, 재산명시절차를 먼저 거친 후에만 이용할 수 있다. 재산조회는 조회 당시 현재 시점의 재산만 조회되고 과거 재산보유내역은 조회되지 않으므로, 재산명시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려 놓으면 그 후 재산조회를 했을 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채무자가 바보같이 본인 명의 재산을 빼돌려 놓지 않고 그냥 방치한 경우에는 재산조회를 통해 채무자 재산을 확인하여 이를 통해 재산목록의 허위성을 밝힐 수 있다. 또한 ‘건물 및 토지’에 대해서는 최근 2년 이내의 과거 소유권도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빼돌려도 찾아낼 수 있다.

고발장 양식은 네이버 블로그나 경찰·검찰 사이트에서 다운받아서 써도 되지만, 그 양식이 어떤 규정으로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므로 본인이 적당히 만들어서 써도 상관없다.

명백한 물증이 있는 부분만 고발하는 경우, 고발장은 ‘이 점에 대해 내가 고발을 한다!’라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히 쓰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증이 없고 심증만 있는 부분을 정황증거에 의해 고발하는 경우에는 그 정황에 대한 부분을 잘 서술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상습적으로 거액의 사기를 치고 다니는 채무자가 재산명시기일에 자기에게 아무런 재산이 없다는 취지의 백지 재산목록을 작성해 제출하면, 상식적으로 채무자가 그렇게 많은 돈을 단시일 내에 다 써 버렸을 리가 없으므로 예금채권을 고의로 누락해 민사집행법위반죄를 저질렀거나, 집행을 피하기 위해 돈을 현금이나 가족 명의 계좌로 빼돌림으로써 강제집행면탈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고발장을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는 민사집행법위반죄로 고발을 진행할 때 몇 가지 헷갈릴 수 있는 법리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본다.

피고발인에게 민사집행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민사집행법위반죄는 고의범이므로 피고발인이 실수가 아닌 고의로 재산을 빠뜨려야만 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법원은 의도적으로 재산목록 작성을 위한 여유 기간을 1개월 정도로 길게 잡는다. 시간을 길게 줄 테니, 그동안 자기가 가진 재산이 뭐가 있는지 꼼꼼히 조사해서 빠짐없이 목록에 기재해 오라는 취지다(제요 338면 참조). 이렇게 긴 조사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조금만 성실하게 재산조사를 했다면 알 수 있었을 재산을 목록에서 빠뜨렸다면 그건 고의로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필적 고의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어떤 재산을 갖고 있는지 진짜로 모르는 채무자가, ‘내가 채권자를 위해 굳이 이걸 조사해서 적어야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해 일부러 조사를 게을리함으로써 명시기일 당일까지 자기에게 어떤 재산이 있는지 진짜로 모르는 상태로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경우에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 민사집행법위반죄 처벌규정은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기 때문에, 민사집행법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재산을 누락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지 않고, 그냥 자기가 거짓(일 수도 있는) 재산목록을 제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된다고 할 것이므로 고의의 특정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민사집행법 28조 2항 6호의 ‘합계액 50만원 이상의 예금’의 의미: 여기서 합계액 50만원이라는 말이 계좌당 또는 은행당 50만원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모든 계좌 및 은행을 다 합한 금액이 총 50만원이라는 뜻인지에 대해 의견대립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서술돼 있는 판례나 교과서는 찾을 수 없으나, 민사집행법 28조 2항에서 ‘합계액’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양상을 살펴보면 이는 ‘모든 계좌 및 은행을 다 합한 금액이 50만원’이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6호의 보험계약 관련한 부분은 ‘합계액’이라는 표현 없이 ‘보험금 50만원 이상의 보험계약’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각각의 개별적인 보험계약 액수가 50만원 이상이어야 함을 나타냈고, 8호는 ‘합계액’이라는 표현 없이 ’50만원 이상의 금전채권’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각각의 개별적인 금전채권 액수가 5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대로 5호는 ‘합계액 50만원 이상의 어음·수표’, 7호는 ‘합계액 50만원 이상의 주권·국채·공채·회사채, 그 밖의 유가증권’이라는 표현을 통해 각각의 어음·수표·주권·국채·공채·회사채, 그 밖의 유가증권이 비록 개별적으로는 5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모두 합해서 50만원이 넘으면 기재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같은 항 11호부터 16호까지 ‘합계액’과 ‘품목당’이라는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봐도 ‘합계액’이라는 표현은 채무자가 소유하고 있는 여러 물건들의 금액을 모두 합한 금액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원에서 채무자에게 보낸 기재요령 문서에도 금전채권의 합계액의 산정방법은 동 문서의 2번 항목의 설명을 참조하라고 돼 있다. 그 2번 항목은 “어음과 수표의 각 액면금이 50만원 이상인 것 외에, 그 합계액이 50만원 이상인 것도 기재할 것(예 : 어음의 액면금은 30만원, 수표의 액면금은 40만원인 경우에도 각각 기재한다)”라고 돼 있다.

압류금지재산을 재산목록에 적어야 하는지 여부: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하는 이유는 채권자의 집행을 위해서이므로, 애초에 채권자의 집행이 불가능한 ‘압류금지재산’ 부분은 재산목록에 적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의 해석상으로는, 압류금지재산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집행법 195조 및 246조 1항 1호부터 3호까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한 재산명시기일에 제출하는 재산목록에는 일단 적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사집행규칙 28조 2항은 “법 제64조제2항·제3항의 규정에 따라 재산목록에 적어야 할 재산은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법 제195조에 규정된 물건과 법 제246조제1항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채권을 제외한다.”라고 하여, 민사집행법 246조 1항에 규정된 압류금지채권이라 하더라도 4호부터 8호까지의 압류금지채권은 재산목록에 적어야 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하고 있다.

실질적 재산가치 없는 채권도 재산목록에 적어야 하는지 여부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153 판결에 의하면 민사집행법의 재산명시절차에 따라 채무자가 법원에 제출할 재산목록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고 한다.

재산명시신청의 근거가 된 집행권원이 청구이의의 소에 의해 취소된 경우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5. 5. 3. 선고 2005고단223 판결에 의하면 채무자가 확정된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한 재산명시절차에서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했다면, 비록 재산명시절차의 개시 전에 위 지급명령에 대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재산목록을 제출한 이후에 위 청구이의의 소에서 채무자 승소 판결이 선고돼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채무자가 민사집행법 제46조 제2항에 정한 잠정처분을 신청하는 등 위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정지·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위 청구이의의 소의 채무자 승소 판결의 효력도 소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무자를 거짓의 재산목록 제출에 의한 민사집행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재산목록 작성의 기준시점이 재산명시명령 송달시인지, 출석요구서 송달시인지, 재산명시기일에 재산목록 제출시인지: 이 부분이 명확하게 서술된 판례나 교과서 등은 찾지 못했으나, 나는 재산명시명령 송달시라고 생각한다. 민사집행법 64조 2항이 이를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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