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확정 전 또 죄지어 추가기소…”형 절반만 감경가능”

‘사후적 경합범’에 형법 39조 적용해 감경한 2심 파기
대법 “유기징역에 ‘2분의1 감경’ 규정한 형법 55조 적용”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9-04-18 15:23 송고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그 판결 확정 전 추가 기소된 범죄로 별도의 재판을 받는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서도 일률적 감경방식을 정한 형법 55조1항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형법 55조1항은 유기징역의 경우 그 형기의 2분의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법률상 감경방식을 정하고 있다.이는 사후적 경합범 감경 때도 형법 55조1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38)에게 형법 55조1항이 아닌 동법 39조1항에 따라 형을 감경해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형법 39조1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는 때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선고하고, 이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관 양형재량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감경 폭이나 방식, 순서에 대해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서도 법률상 감경방식에 관한 총칙규정인 형법 55조, 56조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후적 경합범에 관해 양형재량에 비춰 형의 감경만으로는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엔 형을 면제하면 족하다”며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봐야 할 필요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15년 3~8월 향정신성의약품을 33회에 걸쳐 132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2016년 5월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듬해 검찰은 조씨가 2015년 10월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100만원에 판매하고 같은해 11월엔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

조씨는 그로부터 며칠 뒤 2심에서 앞서 기소된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2월 상고가 기각되며 형이 확정됐다.

이후 조씨는 추가기소 사건에 대해 1심에서 형법 55조1항에 의해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마약판매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데, 형법 55조1항을 적용하면 2분의1까지 감형할 수 있어 판사가 재량껏 형량을 낮추는 작량감경까지 해도 1년3개월 미만의 형은 선고할 수 없다.

반면 2심은 형법 39조1항에 따라 사후적 경합범을 처벌하며 형을 감경할 때 감경한도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며 형법 55조1항 적용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이유로 징역 6월을 선고했다. 결과적으로 앞서 기소된 사건과 합해 징역 4년6월의 처벌을 받도록 한 셈이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심리를 거쳐 9대4로 사후적 경합범의 형 감경 때도 형법 55조1항을 적용해 형기의 2분의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사후적 경합범에 형법 55조1항을 적용하면 판결이 확정된 죄에 관한 처단형 하한과 사후적 경합범에 따른 처단형 하한 합계가 새로운 하한이 돼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은 불이익이 나타나고,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도 “다수의견과 같이 ‘감경 또는 면제’를 분절적 의미로 이해하면 ‘0’부터 형법 55조1항에 따라 감경된 하한 사이에 처단형의 공백이 생겨 책임에 적합한 형의 범위를 제대로 정할 수 없다”고 상고기각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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